독 서

[시트콤소설/밀리의서재] 언러키 스타트업 - 정지음 (스포있음)

박이의 모든 날 2022. 11. 2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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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러키 스타트업

저자: 정지음
출판: 민음사
출간: 2022. 10. 07.







‘좋좋소’의 이 과장도 안쓰러워할
5인 미만 사업장, 국제마인드뷰티콘텐츠그룹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답 없는 회사의 이름을 아는가? 정답은 ‘국제마인드뷰티콘텐츠그룹,’ 영문 표기는 ‘Kuk-je mind beauty contents group’이다. 눈치 빠른 사람들이 “왜 international이 아니고 kuk-je냐?”고 물을 때마다 복잡한 심정이 된다. 가감 없이 털어놓자면 대표 이름이 박국제라 그렇다.”(「김다정 DJ 주임의 폭발」)
『언러키 스타트업』의 배경은 국제마인드뷰티콘텐츠그룹. ‘스타트업’이란 외피를 썼지만 실은 대표 박국제(a.k.a. 제임스)의 기분과 변덕에 맞춰 온갖 ‘제임스의 뷰티’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좆소’도 되지 못한 5인 미만 사업장이다. 박국제는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브레인 뷰티’, ‘마인드 뷰티’를 주창하며 강연을 하고 각종 콘텐츠를 생산한다. 직원들이 보기에 그는 인플루언서와 사이비 강연자 사이를 애매하게 오가지만, 많은 회사에서 그렇듯 일은 어떻게든 굴러가고 박국제를 스승으로 모시는 팬클럽까지 있다.

“야! 김다정이, 아니 DJ, 너 일루 와.
저요? 왜요?
왜는 무슨 왜야? 당장 튀어오지 못해!
목젖에 밤송이를 키우는지 오전부터 말에 가시가 한가득이었다.”(「안 삐졌다고요」)

국제마인드뷰티콘텐츠그룹의 1인 팀 팀장이자 막내이고 ‘김다정 주임’이자 영어 닉네임으로는 ‘DJ’인 다정의 일은 기획, 마케팅, 시장 조사, 고객 문의 응대에 그치지 않는다. 대표의 재미없는 유머와 허풍에 웃어 주기, 썸녀와 잘되기 위해 구매해 놓고 직원 복지라고 생색내는 안마의자를 앞에 두고 감사하다 빈말을 늘어놓기, 생일날 쌈짓돈을 모아 생일파티 해 주기, 문예창작과라는 이유로 사무실에 걸 사훈의 캘리그라피 쓰기를 아우른다. 말이 통하지 않는 대표와 그의 팬클럽 회원들까지 간수해야 하는 이곳은 ‘좋좋소’의 이 과장마저 안쓰러워할 5인 미만 사업장이다.
일은 견뎌도 상사의 무례한 말과 행동은 참을 수 없는 회사원들, 무의미한 일을 반복하거나 아무래도 내 일은 아닌 듯한 잡무를 처리하며 혼란과 분노 사이에 있는 노동자들이라면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언러키한 스타트업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인 회사 생활에 대한 리얼리즘 소설이다.

시궁창 테스트를 개발하고
대표의 고함으로 힙합을 만들며
웃음으로 돌파하는 험난한 회사 생활
험난한 회사 생활을 견디는 다정의 태도는 시작도 웃음 끝도 웃음이다. 자조에서 시작해 풍자와 해학을 지나 의지로 개척해 나가는 웃음의 길은 소설 곳곳에서 빛난다. 소설의 문을 여는 ‘SGC 테스트(시궁창 테스트)’는 회사 생활의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던진다. 회사에서 나는 어떻게 불리는가?(닉네임, 야 혹은 너, 대표의 기분에 따라 변동.) 회사에서 주로 하는 생각은 무엇인가?(집에 가고 싶다, 퇴사하고 싶다, 내가 왜 이 돈 받고 이 일을?) 퇴사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카드값, 재취업에 대한 불안, 청년내일채움공제.) 너무나도 현실적인 문항들은 눈물과 한숨 없이 따라갈 수 없지만, 정확한 현실 인식에 기반한 통렬한 유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힙합! 힙합을 만들 거야!
힙합을 전혀 모르니 아무렇게나 믿으면 그게 힙합이었다. 나는 무료 음성 편집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여 박국제의 고약한 목소리를 문장 단위로 쪼개기 시작했다. 내 컴퓨터 속 ‘MC. DJ’ 폴더에는 점점 괴상한 제목의 2, 3초짜리 클립들이 쌓여 갔다.

이_과장_넌줄알았어.mp3
난_어제_깜짝_놀랐어.mp3
일_이따위로_할거야.mp3
니가_조져_이과장.mp3
체계를_팍팍_잡으라고.mp3
들었지_이과장.mp3
너알지_이과장.mp3
빡빡빡빡.mp3
딱딱딱딱.mp3”
(「힙합이 된 ‘이 과장 넌 줄 알았어’」)

「힙합이 된 ‘이 과장 넌 줄 알았어’」는 회사원의 익살이 극에 달한 에피소드다. 업무를 지시해 놓고 늘 그 사실과 내용을 잊어버리는 박국제는 습관처럼 말한다. “내가 언제?” 녹음이라도 하지 그러냐는 대표의 비아냥에 진짜 녹음을 시작한 다정의 핸드폰에는 대표의 고함소리가 담겨 있다. 신입사원의 퇴근 전 보고가 없었다며, 아니 보고를 하긴 했지만 그가 신입사원인 줄은 몰랐다며 “이 과장 넌 줄 알았어”라고 반복해 소리치는 대표의 광기 어린 목소리는 다정의 광기와 만나 ‘뤼 귀아쟝(feat. 넌 줄 알았어)’이라는 제목의 힙합으로 재탄생한다.
유머는 언러키 스타트업의 삼인방, 다정과 지구와 수진이 애달픈 회사 생활을 견디는 유일한 힘이다. 견딜 수 없이 힘든 일이 있을 때면 “헛개수 마시러 갈 사람”이라는 세 사람만의 암호와 함께 다 같이 밖에 나가 한바탕 수다를 떨고, 누군가 박국제의 표적이 된 날에는 ‘타격의 품앗이’ 체제를 발동한다. 한 사람이 힘을 내지 못해도 업무와 대화에 빈공간이 드러나지 않도록 거들어 주는 것이다. 서로 위로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험난한 회사 생활을 견뎌 내는 세 사람은 회사에서 피어나는 다정한 우정을 보여 준다.

일의 기쁨과 슬픔을 보여 주는
새로운 형식의 시트콤 소설
다정의 무기인 웃음은 작가 정지음이 세상을 보는 태도이자 쓰는 방식이다. “슬픔으로는 슬픔만을 표현할 수 있지만 웃음으로는 표현하지 못할 감정이 없다”는 그는 웃음 속에 슬픔과 분노, 연민과 애정까지 담아낸다. 웃음으로 무엇이든 보여 주고 무엇이든 웃음으로 그려 내는 정지음은 고도의 유머를 구사하는 특출난 작가다.
시트콤은 작가의 특장과 회사의 이야기를 가장 잘 담아내는 형식이다. 배경은 익숙한 사무실이고 등장인물은 다정과 그의 동료들, 박국제뿐이지만 각각의 에피소드는 인간의 면면과 사회의 작동을 농축시켜 보여 준다. 언러키 스타트업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마치 관찰카메라로 보듯 한눈에 들여다보고 있자면, 회사라는 작은 사회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흥미로운 면면들이 떠오른다.
『언러키 스타트업』은 두 권의 에세이를 출간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정지음 작가의 새로운 도전이다. 각각의 에피소드에는 명랑하고 유쾌한 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 있고, 회사 생활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가 촌철살인의 유머와 결합해 빼어난 서사를 만들어 낸다. 『언러키 스타트업』은 정지음 작가의 유머와 독특한 문체에 매료된 독자들에게 또 한 번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시트콤 소설은 처음이라 기대가 많이 되는 책이였다! 어떤 책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읽기 시작했는데, 작가님 필체력 미쳤다… 이건 진짜 내 취향이야!!!!! 재밌게 읽기 시작하다가 1/3 지점 쯤 부터 내 안에 숨어있던 분노가 치밀어오르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바로 박.국.제
진짜 박국제 같은 사람이 없을거라는 편견은 버렸으면 좋겠다.


나 또한 박국제 같은 대표 밑에서 2년동안 일해서 저 직원들의 마음을 다 이해한다 😭😭 마지막쯔음 굴러들어온 임보정이라는 신입사원…
상상도 못한 캐릭터 ㄴㅇㄱ,,,,, 빌런 박국제랑 또이또이 할 정도의 급임
실제로 이런 밑에 직원이 있다고 생각만했는데 스트레스 받음 🤬🤬

갑을전쟁이라는 프로그램을 출연하게 되는데,
갑으로는 박덕제, 을이지만 갑을 변호하는 사람으로는 임보정
그리고 찐을 김다정이 나가게 되는데 사이다 터지는 부분 너무 많아서 시원했음 ㅠㅠ

진짜 마지막에서 박국제가 운영하는 국제마인드뷰티콘텐츠그룹이 망했다!!!!!!!!!!!!!!

아쉬웠던 점은 박국제가 망하고 어떻게 지내는 지도 좀 보여줬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사이다 장면들이 나올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생각보다 진짜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였다.

 

마무리는 김다정한테 책 출간 차 연락이 오는데, 제목이 이 책 제목 '언러키 스타트업' 이다.

책 읽다보면 흐지부지한 마무리들이 굉장히 많은데 언러키 스타트업은 마무리도 깔끔하게 잘 지은 느낌이였다!

 

 

+++

 

 

 

나도 사회초년생 때 괴로운 회사생활을 2년정도 했는데,

진짜 박국제정도면 빌런 축에도 못낀다 싶을정도로 빌런들이 있었다.

대표 + 주임 이 2명이 진짜 2년동안 나를 조금씩 조금씩 갉아먹었다.

내가 갉아먹히고 있는 지도 모른 채 순수하고 어렸던 나는 모든 회사생활이 이렇다고만 생각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내가 왜 그렇게 착하고 순해빠졌었을까 싶기도 하고, 큰소리 한 번 못내고 나온 게 한이 되기도 했지만

내가 퇴사하고 회사가 망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떄는 한편으로 쌤통이다 싶기도 했고 뭐.. 씁쓸하기도 했다.

+ 현재는 아주 좋은 곳, 좋은 환경에서 행복하게 일하고 있음

 

이런 일들은 사회초년생이 많이 겪어볼 법한 이야기다.

나 같은 경우에는 내가 직접 비슷한 일들을 겪었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너무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세상에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있고, 그 중에 저런 박국제나 임보정 같은 사람이 분명히 있기 마련...

참으면 병 된다는 걸 이제는 알아서 나는 참지 않긔.!

 

생각치도 않게 너무 재밌게 본 책 🖤

작가님이 글을 너무 유쾌하게 잘 쓰셔땨,,, 킬링 장면들 너무 많음!

개인적으로 이 책은 회사생활을 하시는 분들이 한 번쯤 보았으면 하는 책이에요.

저도 이 책을 읽기전에는 제가 겪었던 일들이 왜 나한테만 이런일이 생기는거지? 했는데,

나 말고도 다른사람도 이런 고민, 이런 스트레스가 있구나 라는 생각에 위로가 되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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